뮤지컬<키다리 아저씨> 관람 후기: 독특하고 즐거운 무대

2016. 7. 28. 22:58Review

안녕하세요, 세이트리의 시희세이입니다 :)


이번에 뮤지컬<키다리 아저씨>를 보고왔어요!


장소: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길을 찾는 분이 계신 것 같아서 지도를 첨부합니다!

↓클릭클릭!

기간: 2016년 7월 19일 ~ 2016년 10월 3일

제작: 대명문화공장, 달 컴퍼니
문의: 달 컴퍼니(02-744-4033)

공연시간: 135분 (인터미션 : 15분)

관람등급: 만 7세이상

인터파크 티켓 뮤지컬 <키다리아저씨> 페이지  (사진, 링크 클릭시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라 꼭 보고싶었는데,

감사하게도 인터파크 티켓 페이스북 페이지 이벤트에 당첨되었거든요 XD

덕분에 즐겁게 관람하고 왔습니다.


작품 정보를 하나도 보지 않고 갔었는데,

상상했던 것과 달라서 참신하기도 하고 더 즐거웠어요!



우선 원작과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 할게요~!


원작은 1912년에 발매된 '진 웹스터(Jean Webster)'의 소설 "키다리 아저씨" (원제: Daddy Long Legs).


유명한 고전이죠 :)

어릴적 청소년 용으로 나왔던 "키다리 아저씨"를 읽고 얼마나 설렜던지,

문득 생각해보면 지금 제 작품 취향에 꽤 영향을 준 작품이 아니었나 싶네요.


원작은 우리가 보통 보는 대화와 묘사로 이루어진 소설이 아니라

주인공 제루샤 애벗의 '편지'로 이루어진 소설이에요.

제루샤가 후원자인 존 스미스에게 자신의 일상을 묘사하는 편지를 통해

인물들의 생활과 이런저런 사건들을 알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할게요!)


편지는 구구절절하지도 않고 대부분 한 장 정도의 분량인데(책에서는)

어떤 느낌인지 고스란히 전달이 되고, 상상력을 자극해요!


뮤지컬 극중에서도 후원자 존 스미스(제르비스 펜들턴)이

제루샤의 편지를 읽으며 "군더더기 없고 유머감각이 탁월하다"며 극찬을 하는 장면이 있어요.

편지를 읽으면 읽을수록 제루샤의 '글'에 대한 재능을 느낄 수 있죠.


돌이켜 생각해보니 정말 신기하고 대단하네요.

그정도의 글 솜씨이니만큼 (다른 여러가지 매력적인 요소들도 많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사랑을 받는 작품이고,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거겠죠?


원작을 보고싶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여러가지 판이 있지만, 출판사 인디고(글담)의 키다리 아저씨를 추천합니다.


인디고의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는 아는 분들은 다 알고

그 매력을 알게 된 사람은 푹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하는 시리즈에요 ㅠㅠ

일러스트도 아름답고, 번역이나 문장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저도 인디고의 "키다리 아저씨"를 봤는데

얼마나 아름답고 예쁜지 어릴적 그 설렘이 다시 살아나더라고요.


한글판과 영문판 두 종류가 있다는 점도 좋아요!

세트로도 판매하고 있더라구요.

전 조만간 꼭 세트로 사서 양쪽으로 음미해보려고 해요...!
(영어는 잘 못하지만...또르르...)


그리고 추천을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관람을 하러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광고영상을 봤어요.

그런데 영상에 이 인디고의 "키다리 아저씨" 일러스트가 사용되었더라구요!

리뷰를 쓰면서 영상을 찾아보니 스팟 영상에 이 일러스트가 사용되었네요~

아마 그 광고 영상이 이 영상이었던 것같아요.

특별히 큰 연관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았지만 정말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또!

현장에 "키다리 아저씨" 도서를 함께 가져가면

티켓을 40% 할인해준다고 해요!!

이건 출판사 제한이 없구요!

7월 19일부터 8월 7일 공연까지래요.

원작도 정말 좋으니까 원작 소설도 꼭 한 번 읽어보시고 공연 보시러 가보세요XD


이 외에도 할인을 정말 많이 해주니까

꼭꼭 확인해보시고 가시구요!


아무튼 그래서 "키다리 아저씨" 도서를 같이 소개해봅니다~ ㅎㅎㅎ

아 보배롭다..


키다리 아저씨
국내도서
저자 : 진 웹스터(Jean Webster) / 김양미역
출판 : 인디고(글담) 2010.11.01
상세보기

키다리 아저씨 세트 (한글판 + 영문판)
국내도서
저자 : 진 웹스터(Jean Webster)
출판 : 인디고(글담) 2014.12.10
상세보기













자, 그럼 본격적으로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이야기를 해볼까요?

제가 갔던 공연은
제루샤 역에 이지숙씨, 제르비스 역에 신성록씨
좋은 무대를 보여주셨습니다.

저는 뮤지컬이라고 하기에 본래 "키다리 아저씨"는 편지 형식으로 진행이 되니까
그걸 풀어내서 다양한 인물들로 무대화를 한 건가? 하고 생각했어요.
보통 뮤지컬들이 그렇듯이 평범하게 인물들이 움직이는 무대가 아닐까 했는데
사전정보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 캐스팅도 소개도 하나도 안 보고 갔거든요!

실제 무대는 원작처럼 '편지를 읽으며' 진행됩니다!
무대에 등장하는 인물은 단 둘,
주인공 '제루샤 애벗'과 남주인공 '제르비스 펜들턴'이에요.

두 주인공이 무대에서
제루샤는 편지를 쓰면서 읽고, 제르비스는 그 편지를 받아서 읽습니다.
마치 듀엣을 하듯이 두 배우가 대사를 주고받으면서 편지를 읽어요.
무대나 장치가 변하지도 않아요. 작은 무대 위에서 오로지 두 인물이
자기 영역 안에서만 움직이면서 극을 만들어 냅니다.
신기하더라구요 :) 멋있었어요.

"키다리 아저씨"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인물들은 어떻게 하냐구요?
편지를 읽는 방식이니까요! 제루샤가 편지에 쓰는 그대로 묘사가 된답니다.
혹은 제루샤 스스로 그 다른 인물들의 흉내를 내는데
이것 참, 그 흉내가 정말 일품이에요.
배우분 정말 대단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제루샤의 유머감각을 잘 살려서 연기를 보여주셨습니다.
많이 즐거웠어요 ㅎㅎㅎ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뮤지컬의 중점은 '제르비스'인 것 같았어요.

원작이 제루샤의 편지를 통해 제루샤의 이야기만 다루기 때문에 알 수 없었던
'편지를 받은 제르비스의 모습' 현실적으로 그려내 보여줍니다.
편지를 그 자리에서 쓰고 읽으면서
쓰는 제루샤와 읽는 제르비스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이죠.
그리고 편지 중간 중간을 '제르비스의 반응'으로 연결하고 있어요.

저는 제루샤의 입장에서만 보았기 때문인지
은연중에 제르비스는 어딘지 그렇게 능동적이지 않다고 할까,
그렇게 생동감이 있는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후원자와의 로맨스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기도 하고
그 후원자가 정체를 숨기고 제루샤의 앞에 나타나는 것도 로맨틱하지만
정작 그 인물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었기 때문인지 흐릿하기만 했거든요.

그런데 극중에서 매 편지를 받을 때마다 제르비스가 보이는 반응들을 보고있었더니
나도모르게 '아, 그렇겠다. 저 나이대의 청년이라면 저럴 수 있었겠구나.' 싶더라구요.
어쩌면 제루샤가 자꾸 "키다리 아저씨는 나이가 아주 많은 노인"이라고 생각하고 쓰는 편지에
저도 모르게 생각이 물들어버렸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작품 내 아주 뛰어난 유머임과 동시에 영원히 고통받는 제르비스(...)
첫 편지인지 두번째 편지인지를 읊던(읽던) 제르비스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대사로 노래를 하기 시작합니다. 나 늙었대
제루샤가 계속 편지로 묻거든요.
"아저씨는 백발인가요? 아니면 조금 희끗희끗한 머리인가요? 대머리인가요?"
"대답을 안 하시는 걸 알지만 꼭 이거 하나만 대답해주세요. 대머리인가요?" 아아 고통받는 제르비스
제르비스는 부들부들 거립니다. 정말 진심으로요.
진짜 정말 보는데 웃겨서 죽는줄 알았어요.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뮤지컬이니만큼 '노래'겠죠!
노래 실력도 두 분 다 정말 좋았습니다. 멋있었어요.

다만, 이 작품은 다른 뮤지컬들처럼 노래가 위주가 되지 않아요.
아 사실 소극장 뮤지컬을 본게 처음이라서
제가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큰 뮤지컬들은 사실 대사는 극을 이끌어가기 위해 있는 들러리(..)고
한 곡 한 곡, 임팩트 강한 곡들로 이어지잖아요?
무대의 흐름이 마치 짤막짤막하게 막이 올랐다 내려갔다 하듯이 움직이고요.

그런데 말씀드렸다시피 이 작품은 '편지를 읽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무대에 쉼이 없어요. 대사가 끊기질 않습니다.
그럼 노래가 적은가요? 라고 하면 그런게 아니라,
대사가 노래고 노래가 대사예요.
편지를 읽다가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에서 인물이 노래를 시작해요.
노래로 표현해내는 뮤지컬 답죠?
배우분들이 힘들겠다 싶을만큼 말소리와 노랫소리로 꽉 찬 무대였어요.

몇 가지 주제가 있는데
"행복"과, 아마도 "자유"였어요. 행복이란 자유와도 같은 것이라는 내용이었다고 생각해요.
마음의 짐을 벗어 놓는 것, 작지만 강인한 용기를 갖는 것.
노래에 담아내는 주제들은 이러한 내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귓가에 노랫소리가 아직도 남아있네요 :)
주제에 대해서는 직접 보고 느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원작에서 제루샤가 하는 몇 가지 중요한 이야기를
굳이 자세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노래로 살려둔 것 같네요.

제루샤는 이런 저런 것들을 배우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요.
여성의 낮은 권위에 대한 이야기, 자유로움에 대한 이야기, 좌절을 이겨내는 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키다리아저씨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겪지 못하고 자라온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해요.
정말 좋은 작품입니다. 뮤지컬은 못보더라도 원작은 꼭 한 번 보시기를 바라요.
아, 그런데 역시 뮤지컬쪽이 전달력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XD 헤헤

아까 편지를 주고받고하는 게 듀엣같다고 했는데,
실제로 말소리도 듀엣같지만 노랫소리도 듀엣이에요.
읽고 이야기하면서 제루샤와 제르비스의 노랫소리가 섞이는 게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특히 작은 극장이다보니 두 목소리가 아름답게 섞이는 걸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더더욱 좋았습니다.

소품이나 무대 장치 쪽은
무대가 큰 변화가 없긴 하지만
깨알같은 소품들이 매력을 발산해줘요.
몇 개 없는 장치(?)들로 이야기 묘사에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제르비스가 읽고있는 '편지'라든지
제루샤가 자신의 무대를 바꾸는 도라에몽 주머니같은(..) 신비의(..) '가방'이라든지.
꼭 무대에서 보면서 즐기셨으면 좋겠네요! ㅎㅎㅎ

판매 물품에 OST CD가 있었는데, 브로드웨이 캐스팅 CD인 것 같았어요.
어쩔수 없겠지만 ㅠㅠ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 무대로 꼭 듣고싶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무대는 녹음해서 듣기만 하더라도 생생할 것 같은 무대라서
뭐랄까 마치 드라마CD 같았어요. 원작의 스타일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그런지..
진짜 이대로 나와준다면 반드시 샀을텐데.. 흑흑 아쉬워요.. 아쉬워 ㅠㅠㅠㅠㅠ
정말 소장하고싶은 마음 300%인데... ㅠㅠㅠㅠ

프로그램북은 사고싶었는데 추후에 나올거라고 해서,
다음에 다시 한 번 가보려구요.
공연이 10월까지니까 여유가 있으면
꼭 한 번 더 가보고 싶어요.


사실 이 외에도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무대를 너무 상세히 묘사하는 것도 조금 그렇고
스포일러가 되면 곤란하기도 하므로
이만 마음을 꾹꾹 담아놓고 줄이도록 할게요.
빠트린 부분들도 몇 가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정도면 된 것같네요!
나머지는 즐기는 분들의 몫이지요 :)


그치만 자세히는 아니어도 몇 가지 포인트를 더 짚자면

엔딩! 엔딩은 제가 알기로 원작의 엔딩과 살짝 달라요! 사알짝!
엔딩 자체가 달라지는게 아니고 전개가 다릅니다!
원작대로의 전개는 아무래도 불가능 했을 테니 나온 방식인 것 같은데
아 세상에.. 빵끗하는 제르비스 귀여웠어요..
신성록씨 고유의 매력인건지 이 작품이 그렇게 만든건지 ㅠㅠ
정말 좋은 귀여운 제르비스였습니다.

그리고 무대에서의 '영역'!!
생각하고 보니까 두 인물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만 있었어요!
그 둘이 만나는 때 ... 그 때만 다르게 움직이죠!
소소한 감상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


그럼 이만 관람 후기 마칠게요!
혹시 궁금한게 있으신 분들은 댓글주시면
언제든 답해드리겠습니다 XD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프로필 촬영 현장 스케치, 인터뷰 영상과 함께
안녕히!
세이트리의 시희세이였습니다!

p.s. 제가 갔을 때는 생각보다 어린이 손님이 많이 있었는데 조용했어요!
그렇게 시끄럽게 할만한 내용이 아니기도하고
어린이 손님들이 집중하기엔 다 대사로 이루어지는 무대라서 적합하지 않을 것 같네요~
하지만 꼭 한 번 보기엔 좋은 무대라는거 XD !





<키워드>

키다리아저씨, 제루샤 주디 에봇, 제르비스 펜들턴, 뮤지컬 키다리아저씨, 뮤지컬 추천, 관람후기, 당첨후기, 공연 추천, 고전 추천

신성록, 송원근, 강동호, 이지숙, 유리아, 대명문화공장, 달 컴퍼니



2016.07.29. 일기→편지 수정. (워낙 편지가 일기같아서 쓰다보니 저도모르게 일기라고 썼네요..) & p.s. 마저 씀! 쓰다가 말았어욬ㅋㅋ...